
접수 내용
본오동의 다가구 주택에서 화장실 물이 잘 안 내려간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. 도착해 보니 화장실 자체는 타일도 벽도 새것처럼 깨끗한 상태였습니다. 겉이 멀쩡한데 물이 안 빠진다면 답은 배관 속에 있습니다.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니 짐작으로 장비부터 들이대지 않고, 내부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.
진단 — 내시경 카메라 판독
배관 안으로 내시경 카메라를 길게 밀어 넣었습니다. 화면에 뿌연 덩어리가 관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잡혔고, 그 양옆 좁은 틈으로만 물이 겨우 빠져나가는 상태였습니다. 여기서 중요한 것이 판독입니다. 막고 있는 것이 크고 단단한지, 작고 가벼운지에 따라 쓸 장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. 화면상 이번 이물질은 무겁지 않은 것들이 걸려 뭉친 형태로 판단됐습니다.

장비 선택 — 고압수 대신 플렉스샤프트
심한 막힘이나 역류 현장이라면 처음부터 고압세척으로 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. 하지만 이번 현장은 그 정도가 아니라고 봤고, 플렉스샤프트를 선택했습니다. 긴 호스 끝에 스프링 모양 금속이 달린 장비로, 회전하면서 배관 내벽에 붙은 이물질을 깎아내듯 걷어 올립니다. 끝부분이 고무로 감싸여 있어 배관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. 현장 상태보다 큰 장비를 꺼내지 않는 것, 저희가 지키려는 원칙입니다.

작업 — 딸려 나온 기름 덩어리
작업을 반복하자 장비 끝에 누런 조각들이 붙어 올라왔습니다. 굳은 기름 덩어리였습니다. 판독대로 크거나 무거운 것은 아니었지만, 관을 가로막고 물길을 조여 온 주범이었습니다. 여러 차례 반복해 관 내부를 훑어 냈습니다.

확인 — 맨홀에서 눈으로 마무리
화장실 물이 내려가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. 건물 밖 맨홀 뚜껑을 열고, 안에서 물을 틀었을 때 튼 만큼 맨홀로 흘러나오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. 장비가 아니라 사람 눈으로 하는 마지막 점검입니다. 안에서도 밖에서도 물길이 시원하게 확인됐고, 함께 지켜보신 고객님께 상황을 설명드리고 작업을 마쳤습니다.

본오동처럼 다가구가 많은 동네는 한 배관을 여러 세대가 쓰는 만큼 기름때가 쌓이는 속도도 빠릅니다. 물 빠짐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 확인하시는 것이 역류로 번지기 전에 막는 길입니다.
비슷한 증상이신가요? 사진과 함께 문의 주시면 더 정확합니다.
📎 이 현장의 작업 사진과 기록은 블로그에도 정리되어 있습니다. 2013년부터 블로그에 쌓아 온 실제 현장 기록의 일부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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